본문 바로가기

English in Movies

[영화 명대사] 48. 디어 헌터 (The Deer Hunter, 1978)

 

 

디어 헌터 (The Deer Hunter, 1978)

감독: Michael Cimino

각본: Michael Cimino, Deric Washburn, Louis Garfinkle

출연: Robert De Niro, Christopher Walken, John Cazale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1776년 독립 이후 2019년까지 243년 중 225년을 세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치렀다고 한다. 2차 세계 대전 후 1946년부터 2000년대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군사 분쟁 9건 중 한 건에는 미국이 개입했다는 기록도 있다.

 

미국이 치른 국제 전쟁 중 미국 사람들에게 베트남 전 (Vietnam War, 1964-1973)은 가장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1945년 2차 세계 대전 후 프랑스의 식민지에서 벗어난 베트남은 소련의 지원을 받는 호찌민의 공산당을 중심으로 하는 북부 베트남은 기존의 수구 세력과 외세 의존 세력인 남부 베트남과 분쟁을 시작한다. 1953년 한국전을 중국의 개입 등으로 어설프게 끝낸 (종전이 아닌 휴전) 미국은 북베트남이 승리하여 공산당이 집권하면 동남아시아가 공산화될 것이라는 도미노 이론을 이유로 남 베트남을 지원하며 전쟁에 뛰어든다. 물론 전쟁을 하면 떼 돈을 버는 군수업체들의 로비와 입김도 상당했을 것이다. 10여 년에 걸친 전쟁 중에 최대 50만 명의 미군이 참전했고 사망자만 5만 명이 발생했다. 베트남 군인들과 민간인의 사망자는 200만 명에 이른다.

 

설상가상 남베트남 정부는 부패와 독재가 일상화되어 대다수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했다. 마오쩌둥은 중국의 붉은 혁명을 주도하며, “각급 영도간부는 물고기이며 인민 군중은 물이다. 물고기는 물을 떠나서는 목말라죽는다”하고 늘 지도자는 국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는 반대로 남베트남의 대다수 부패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욕심 챙기기에 급급했다. 남베트남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티우는 남베트남이 멸망하자 국민들 몰래 착복한 금괴 2톤을 비행기에 싣고 가족과 함께 대만으로 피신할 정도였다. 전쟁의 승패는 일찌감치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 내 사정도 좋지 않았다. 전 세계 평화를 위해 싸운 2차 세계 대전이나 북한의 침략에 맞서 UN 군의 일원으로 참여한 한국 전쟁과는 달리 베트남 (Vietnam) 전쟁에 대한 미국인들의 의견은 부정적이었다. 더구나 게릴라 전을 치르는 북베트남군의 전략에 휘말려 미군의 희생이 컸으며 미라이 사건으로 대표되는 미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 등이 지속적으로 보도되면서 미국 국내에서는 반전 움직임이 심화되었다. 민주당이 1969년 공화당(닉슨 대통령)에게 패배한 일도 베트남 전쟁의 영향이 매우 크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전쟁이다 보니 참전한 군인들도 다른 전쟁과는 달리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생하는 군인도 굉장히 많았다. 평소 모병제인 미국도 베트남 전쟁 중에는 징병제(draft)를 운영했는데 징병을 거부하거나 피하는 젊은이들도 부지기수였다. 유명한 권투선수인 무하마드 알리도 전성기인 25세(1966년)에 징병을 거부하여 세계 챔피언을 박탈당하고, 3년간 권투 선수를 하지 못하여 엄청난 금전적 손해를 보았다. 5년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상고와 항고를 계속하고 실제 투옥되지는 않았다.

 

1978년에 제작된 디어 헌터 (Deer hunter)는 베트남 (Vietnam) 전쟁의 후유증을 겪는 세 친구의 이야기를 그렸다. 고향인 펜실베이니아 제철공장에서 일하는 전형적인 미국 노동자 계급의 세 친구 마이클 (Michael, 로버트 드 니로), 닉 (Nick, 크리스토퍼 월켄), 스티븐 (Steven, 존 세비지)은 시간이 나면 산에 가서 사슴 사냥을 한다. 왜 하필 사슴 사냥일까? 곰 등 맹수를 사냥하는 것과는 달리 사슴을 사냥할 때 사슴이 공격을 해오는 경우는 없다. 그냥 사냥꾼의 강한 무기 앞에 사슴이 사냥감이 될 뿐이다. 전쟁에 투입되는 군인들도 마찬가지다. 전장에서 군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전쟁의 승패에는 영향을 거의 미칠 수가 없다. 정치의 승패는 군사적으로 결정되는 경우보다는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고 전장의 병사들은 언제 희생당할지 모르는 사슴들과 같다.

조국의 부름에 따라, 아니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아도 미국인으로 살아가야 하니, 나라가 부과하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전쟁에 뛰어들지만 잔인한 전쟁은 이들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다. 세명이 함께 한 부대에서 근무하다가 베트콩에 생포된다. 베트콩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6발이 들어가는 회전 체임버 리볼버 권총에 총일 한 발 만 넣고 체임버를 회전한 다음 (총알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총을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면 총이 발사될 확률이 육분의 일이다.) 머리에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소위 러시아 룰레트 (Russian Roulette) 게임을 강요당한다.

우여곡절 끝에 세명은 베트콩을 제압하고 탈출하지만 스티븐은 큰 부상을 당하고 마이클도 가벼운 총상을 당해 미국으로 후송된다. 닉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부상 때문에 불구가 된 스티븐에게 누가 정기적으로 큰돈을 보내는데 이는 닉임이 밝혀진다. 마이클은 닉을 찾아 다시 베트남에 간다. 사이공에서 닉을 발견하지만 그는 옛 기억을 다 잃고 불법 도박장에서 엄청난 돈이 걸린 러시안룰렛 게임에 이용되고 있었다. 살아 남기만 하면 엄청난 돈을 벌겠지만 매 순간이 죽음과의 싸움이다.

 

베트남에 오기 전 마이클과 닉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둘 다 사슴 사냥을 좋아하는 그들이다. 마이클은 항상 원 샷 (one shot, 고통을 주지 않고 한 방에 끝내야 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Nick: I don't think about that much with one shot anymore, Mike.
Michael: You have to think about one shot. One shot is what it's all about. A deer's gotta be taken with one shot.

닉: 요새는 네가 말한 한방에 끝내자는 이야기는 잘 생각 안 해.
마이클: 무슨 말이야 한 방은 항상 생각해야 해. 가장 중요한 일인데. 사슴은 한 방에 해치워야 하는 거야.

닉이 사이공 불법 도박장에서 머리에 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 마이클은 자신도 알아보지 못하는 닉을

설득한다.

Michael: Come on, Nicky, come home. Just come home. Home! Talk to me. You just talk to me. Nicky. Nicky.
Michael: Nicky, do you remember the trees? Remember all the different ways of the trees? Remember that? Remember? Huh? The mountains? Do you remember all that?
Nick: One shot?
Michael: One shot! One shot.
Nick: [Smiles] Yeah.

마이클: 닉, 정신 차려 이제 집에 가자. 얘기 좀 해봐. 니키
마이클: 니키, 나무들 기억나? 나무들이 어떻게 나 있는지 기억나지? 산도 기억나고? 다 기억나지?
닉: 원 샷?
마이클: 그래 원 샷, 원샷
닉: (웃으며) 맞아.

닉의 기억이 돌아오는 듯하다. 하지만 닉은 방아쇠를 당기고 총알이 발사되어 그대로 죽는다. 닉은 고향에서 너무 멀리 왔다. 전쟁은 정말로 미친 짓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이 핵 무장을 문제로 한참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제발 평화로운 결말이 나서 우리 후손들은 전쟁의 위협이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되기를 희망한다.

 

러시안 룰렛 (Russian Roulette)

One Shot 

 

The last Russian Roulette

 

Cavatina-Stanley Myers (Deer Hunter Theme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