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맨 (Marathon Man, 1976)
감독: John Schlesinger
각본: William Goldman(screenplay)
출연: Dustin Hoffman, Laurence Olivier, Roy Scheider
우리는 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일까?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Yuval Harrari는 그의 저서 Home Dues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친다.
Historians study the past not in order to repeat it, but in order to be liberated from it. We forget that our world was created by an accidental chain of events, and that history shaped not only our technology, politics and society, but also our thoughts, fears and dreams. (p.68)
역사가들은 과거를 연구하는 이유는 과거를 다시 불러오기 위함이 아니고, 과거의 묶임에서 풀려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연속해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형성된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또 역사는 우리 기술, 정치, 사회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우리 생각과 두려움, 꿈도 만들어낸다.
1976년 만들어진 마라톤 맨 (Marathon Man)은 젊은 더스틴 호프만이 역사를 공부하는 박사과정 학생으로, 영국의 명배우 (셰익스피어의 햄릿 역할로 유명) 로렌스 올리비에가 출연하는 정치 소재 영화다. 2차 세계 대전에서 자행된 독일의 유대인 학살 사건, 1950년대 초에 미국을 휩쓸었던 공산주의자 색출 운동인 매카시 (McCarthy) 광풍을 소재로 하고 있다.
베이브 (Babe, 더스틴 호프만)은 컬럼비아 대학교의 박사과정 학생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세미나 수업 첫 시간, 역사 교수가 학생들에게 일장 연설을 한다.
Professor Biesenthal: Well, you four have the dubious honor of having been picked from over two hundred applicants for this seminar. Well, let me just say this. There's a shortage of natural resources. There's a shortage of breathable air, there's even a shortage of adequate claret. But there is no shortage of historians. We grind you out like link sausages. That's called progress. Manufacturing doctorates is called progress. Well, I say, "Let us hush this cry of progress until ten thousand years have passed." That's a quote. Who said that? Come on, who said that? Well, somebody must know the answer.
[none of the students answer, but Babe Levy writes "Tennyson"]
Professor Biesenthal: Tennyson! Alfred, Lord Tennyson. My God, but you can't compete on a doctoral level and not know "Locksley Hall" and "Locksley Hall 60 Years Later"! I hope you all flunk. Dismissed.
비센달 교수: 너희 네 명은 이백 명의 지원자 중에서 내 세미나에 선택된 이해하기 힘든 영예를 누리게 되었다. 너희에게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천연자원은 부족하고 깨끗한 공기도 부족하고 제대로 숙성된 포도주도 구하기 힘들지만, 역사학자는 부족하지 않아. 우리는 너희를 교육시켜 줄줄이 졸업시키지. 그걸 발전이라고 부르기도 하더군. 박사를 찍어내는 것을 발전이라고 한다니, 참, 나. “만년이 지나기 전에 이 발전이라는 헛소리를 멈추어다오.” 누가 한 이야기지? 말해보라고. 누가 한 이야기야? 이 정도는 알아야지.
(아무도 대답하지 못하고 베이브는 “테니슨”이라고 적는다.)
비센달 교수: 테니슨. 알프레드 테니슨. 정말 놀랄 일이네. 테니슨이 쓴 시도 모르면서 어떻게 박사 공부를 할 수 있겠어? 모두 F 감이야. 수업 끝.
학생들 닦달하는 일은 동서양이 모두 똑같다. 다만 학생들을 훈련시켜 다음 세대를 대비하게 하는 임무는 교육자들이 해야 할 일은 맞다.
베이브의 아버지도 역사학자였는데 1950년대 초반 매카시즘 (McCarthyism) 광풍에 휘말려 경찰 조사를 받고 고생하다가 자살하고 만다. 미국 상원위원이었던 조지 매카시 (Joseph McCarthy)는 1950년 2월부터 미국 내 정치, 문화, 학계에 공산주의자들이 침투해 있다고 주장하고 대대적인 색출 운동을 벌인다. 중국 공산화, 소련의 부상 등 공산주의 확산에 위협을 느끼던 미국인들은 공산당 색출이라는 광풍에 휩싸이고 미국은 큰 상처를 입는다. 위대한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까지 공산당과 관련이 있다는 비난을 받을 정도였으니 그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람들이 집단 망상을 가지고 한 세력 또는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소외시키기 시작하면 그 광풍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우리는 역사에서 수도 없이 보았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제는 세계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 사람에 의한 유대인 학살이다. 히틀러와 나치당은 위대한 독일을 재건한다는 미명 하에 군사 독재를 자행하며 국민을 몰아세웠다. 국민을 가장 쉽게 단결시키는 방법이 다른 집단을 미워하게 하는 일이다. 히틀러는 유대인들과 장애인, 집시 등을 미워하게 만들어 세상에서 없애야 할 존재로 만들어 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을 학살한다.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Auchswitz) 수용소에서 이 학살을 주도했던 셀 (Szell)이 독일 패망 후 도망가서 남미에 숨어 있다가 미국으로 몰래 와서 자신의 재산을 은닉하고 하고 이 와중에 베이브와 부딪치게 된다.
이 셀이라는 인물은 철학자 아렌트가 쓴 <예루살렘의 아히리만>에 나오는 아돌프 아힐리만을 연상시킨다. 아힐리만은 나치 친위대 고위인사로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인물로 이스라엘의 추적을 받다가 1961년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체포되어 예루살렘으로 압송되어 재판받고 사형에 처해진다. 아렌트 (Hannah Arendt)는 그의 저서에서 악의 평범성 (Banality of evil)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아힐리만이 이런 끔찍한 역사적 범죄를 저지른 이유를 설명했다. 아힐리만은 다만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는 반사회적인 인물도 아니고 성격 이상자도 아니다. 비정상적인 나치 집단이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
인터넷상에서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끔찍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며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인격 살해하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행동이 맞다고 믿는 소 영웅 이거나. 그들을 이용하는 커다란 권력에 이용당하는 보통사람들이다.
어떻게 역사를 극복할 수 있을까? 베이브가 자기 아버지의 억울함을 잊지 않고 자신의 형 닥 (Doc)과 논쟁을 벌이는 장면에서 희망의 불빛을 발견한다.
Doc: [noticing Babe's homework] What's this, more bullshit for your thesis?
Babe: Those are some interviews about Dad. I'd like you to read it.
Doc: [dispassionately] Not interested.
Babe: Why not? I just want you to read it.
Doc: You're never gonna face it, are you? The old man is dead; he was a drunk, he killed himself.
Babe: Yeah, Doc, but he didn't start to drink until after the hearings.
Doc: You gotta be kidding me?
Babe: No, I got it from his friends. I got it right here.
Doc: Where were those people when you needed them?
Babe: They're were afraid like everybody else.
Doc: You think he wanted you to be throwing your life away on this shit?
Babe: I don't think I'm throwing it away!
Doc: You are! Nothing you write is gonna change what happened?
Babe: Why can't you give me the courtesy to read it?
Doc: [shouting] It's over! Forget it!
Babe: [quietly] Maybe for you.
닥: (매카시즘에 대한 베이브의 과제를 보면서) 이게 뭐야? 또 이런 엉터리 논문을 쓰는 거야?
베이브: 아버지에 관한 인터뷰야. 좀 읽어봐.
닥: (김 빠진듯한 표정): 관심 없어.
베이브: 왜 관심이 없는데? 한 번 읽어보라니까.
닥: 너는 현실을 인정 안 하지? 아버지는 돌아가셨어, 알코올 중독자에다 자살했잖아.
베이브: 맞아. 하지만 그놈의 청문회 전까지는 술을 입에 대시 지도 않았어.
닥: 농담하냐?
베이브: 아니 내가 맞아. 친구분들에게 들었어. 여기 있잖아.
닥: 예전에 정말로 필요했을 때 그 양반들은 어디에 있었는데?
베이브: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그 양반들도 두려웠지.
닥: 이런 일에 네 인생을 낭비하는 일은 아버지가 원하실까?
베이브: 낭비가 아니야.
닥: 그러고 있는데. 이렇게 써도 예전에 일어난 일은 바뀌지 않아.
베이브: 그러지 말고 한 번 읽어라도 봐
닥: 그만두라니까. 다 끝난 일이야.
베이브: 형한테는 그럴지 몰라도 나는 아니야.
하라리의 말로 이 글을 맺는다.
Studying history aims to loosen the grip of the past. (p. 69, Homo Deus)
역사 공부의 목적은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Beginning
No shortage of historians
Stop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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