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rival (2016)
감독: Denis Villeneuve
각본: Eric Heisserer, Ted Chiang
출연: Amy Adams, Jeremy Renner, Forest Whitaker
끝을 알 수 없는 넓은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사람들의 상상력과 결합하여 수많은 영화와 문학 작품을 만들었다. 그중에 사람들의 흥미를 가장 자극하는 주제는 외계인의 지구 방문 사건이다.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침략하는 영화도 있고 (War of Worlds, 2005, Edge of Tomorrow, 2014 등), 우연히 지구에 도착한 외계인이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려 애쓰는 영화 (E.T., 1982, District 9, 2009)등도 있다.
영화 Arrival에서 지구 12개 나라에 동시에 도착한 외계인은 지구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듯이 보인다. 국방성 (외계인의 침략일 수도 있어서 군대가 개입)에서는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 Louis Banks 박사 (Amy Adams)를 고용하여 외계인과 대화를 시도한다. 사실 언어학자 (linguist)라고 해서 처음 대하는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다만 지구까지 날아올 정도의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라면 규칙을 가진 의사소통 수단을 가졌으리라는 믿음 때문에 언어학자가 동원된 것이다. 루이스는 외계인들과 함께 그들의 언어를 연구하며 규칙을 발견하고 지구인들이 사용하는 개념과 공통적인 내용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지구 상에는 약 6,000여 개의 언어가 존재한다. 그중에는 10억 명 이상이 쓰는 언어도 있고 (중국어 등) 몇 명 만이 사용하는 언어도 존재한다. 소수가 사용하는 언어는 사용자들이 이 세상을 떠나면 죽은 언어가 된다. 역사상 사멸해버린 언어도 많다. 예를 들어 북미 남미 대륙을 유럽 국가들이 점령하면서 원주민들이 멸절하고 그들이 사용하던 언어도 함께 사라졌다. 언어는 우리의 생각과 문화를 표현하는 수단이고 우리의 문화를 더욱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는 도구이자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표현으로 형상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지구 상의 누가 사용하는 언어에도 이런 원칙이 적용된다. 언어학자는 특별히 똑똑하거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이런 원칙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고 누구보다 끈질긴 사람들이다.
역사상 가장 큰 공헌을 남긴 언어학자는 프랑스의 샹폴리옹 (Jean-François Champollion, 1790~1832)다. 1799년 이집트 북부의 항구도시인 로제타에서 프링스의 이집트 원정대는 가로 72cm, 세로 114cm, 두께 28cm인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소위 로제타 스톤 (Rosetta Stone)을 발견한다. 로제타 스톤의 내용은 이집트 (프롤레마이오스 왕조; 그리스계 왕조) 에서 쓰였던 상형문자 (hieroglyph), 민중 문자 (demotic), 고대 그리스 문자 3가지 언어로 표기되었다. 고대 그리스문자는 지속적으로 연구해 해독이 가능했지만, 이집트 상형문자와 이집트 민중 문자는 잊혀진 언어로 해독이 불가능했다. 세 언어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했고 그 중에 한 언어 (그리스어)는 해독이 가능했기 때문에 단어를 하나씩 비교하면서 파악이 안된 언어를 해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드디어 1822년 거의 20년 간에 걸친 노력 끝에 샹폴리옹은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는데 성공한다. 한 언어학자의 노력 끝에 영원히 잊혀질 위기에 처해있던 이집트 상형문자를 밝혀냈고 찬란했던 이집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영화에서 루이스는 언어를 이렇게 정의했다.
Ian Donnelly: [reading from a book by Louise Banks] "Language is the foundation of civilization. It is the glue that holds a people together. It is the first weapon drawn in a conflict. “
이안, 루이스가 쓴 책을 읽는다. "언어는 문명의 기초다. 사람들을 함께 뭉치게 하는 접착제와 같다. 말은 사람들이 분쟁을 시작할 때 제일 처음 사용하는 무기다."
영화 중에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설명하며 유명한 사피르-워프 (Sapir-Whorf) 가설도 언급한다.
Ian Donnelly: If you immerse yourself into a foreign language, then you can actually rewire your brain.
Louise Banks: Yeah, the Sapir-Whorf hypothesis. It's the theory that the language you speak determines how you think and...
Ian Donnelly: Yeah, it affects how you see everything.
이안: 외국어에 몰입하면 실제로 사람들의 뇌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루이스: 그래요, *사피르-워프 가설이지요. 당신이 쓰는 언어가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바꾼다는 이야기이지요.
이안: 맞아요. 사물을 보는 눈도 바꾸겠네요.
*그럴듯한 이야기이지만 이 가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흥미 있는 내용이니 영화에서는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은 외계인과 각기 다른 방법으로 대처하고 그들이 얻은 정보도 공유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사람의 이기심은 변하지 않는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략할 의도가 있다고 믿기 시작한다. 자신들이 힘 약한 나라들을 침략했던 역사의 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Agent Halpern: We have to consider the idea that our visitors are prodding us to fight among ourselves until only one faction prevails.
Louise Banks: There's no evidence of that.
Agent Halpern: Sure there is. Just grab a history book. The British with India, the German with Rwanda..
Colonel Weber: And remember what happened to the Aborigines. A more advanced race nearly wiped 'em out.
하펜 CIA 요원: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이 외계인들은 지구 상의 각 나라끼리 싸워 한 나라만 살아남게 부추기고 있을 수도 있어요.
루이스: 그런 증거는 없어요.
하펜: 무슨 말을 하세요. 증거는 넘쳐요. 역사를 보세요. 영국이 인도를 침략할 때 서로 싸우게 했잖아요. 독일이 르완다 침공할 때도 마찬가지고.
웨버 대령: 원주민들은 어떻게 되었고, 더 발달한 문명국가들이 다 쓸어버렸잖아.
세계는 외계인들에 대한 공격작전을 시작한다. 특히 중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지구인들보다 훨씬 뛰어난 문명을 가진 외계인들은 루이스에게 중국의 총사령관 샹 Shang의 부인이 그에게 했던 말을 보여주고 중국어를 할 줄 아는 루이스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샹 장군에게 전화를 해 그 말을 전한다. 자기 부인 말고는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 장군은 공격을 멈춘다. 전 세계는 전쟁 대신 함께 정보를 나누고 협력하여 지구를 돕고자 했던 외계인의 의도를 파악한다.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언어학자가 지구를 구한다. 외국어는 힘이 있다.
샹 장군의 부인이 했던 말은 다음과 같다.
In war, there are no winners. Only widows.
전쟁에는 승자가 없어요. 남편 잃은 미망인들만 있어요.
* Boroditsky, L. (2001). "Does language shape thought?: Mandarin and English speakers’ conceptions of time". Cognitive Psychology, 43,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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