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대사] 37. 제로 다크 써티 (Zero Dark Thirty, 2012)

   

Zero Dark Thirty (2012)

*새벽 12시 30분을 가르키는 군대 용어 

 

감독: Kathryn Bigelow

각본: Mark Boal

출연: Jessica Chastain, Joel Edgerton, Chris Pratt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에 일어난 사건으로부터 “교훈”을 얻기 위해서? 역사는 되풀이되니 미래를 준비하는 도구로 삼기 위해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역사는 우리를 과거로부터 해방시켜주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학자 하라리 (사피엔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현재는 자연스럽게 일어난 일도 아니고 영원히 계속되지도 않는다. 역사 공부를 통해 융통성이 없고 흐르지 않는 듯한 과거의 사건에서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실마리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피할 수 있는 실수를 되풀이 한다. 1979년 소련은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해 10년간 전쟁을 벌인다. 결국 전쟁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고 1989년 철수한다. 아프카니스탄은 부족 중심 국가로 산악으로 이루어져 역사상 어느나라도 점령한 적이 없는 지역이다. 아무리 첨단 무기로 무장해도, 아무리 많은 사람을 죽여도 아프카니스탄을 굴복시킬 수는 없다.

 

이 전쟁 중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세력은 소련과 싸우는 아프카니스탄 및 여러나라에서 몰려든 이스람 무자히딘 세력을 돈과 무기를 대주며 전폭 지원했다. 이 무자히딘 세력 중 하나가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 오사마 빈 라덴으로 후에 알카에다를 조직했다. 2001년에 911 테러를 일으킨 빈라덴이 사실은 미국이 지원했던 세력이라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중동 지역은 석유가 나오는 지역이기 때문에 각국의 이해가 충돌할 수 밖에 없다. 또 아랍 민족주의와 이슬람 원리주의도 엄청난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이런 역사에 근거한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근본을 이해 못하는 미국의 갈팡질팡 정책이 중동의 분쟁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자본 세력과 석유재벌의 이익 추구도 갈등 증폭의 원인이 되었다.

 

소련이 1989년 아프카니스탄에서 철수한 후 주력 세력에서 제외된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는 이제 타도해야할 목표를 미국으로 잡고 2001년 미국의 무역센터를 민간비행기로 폭파하는 끔찍한 테러를 감행한다. 3,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이런 테러 행위는 물론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하지 못한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미국은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를 이 테러의 지원 세력으로 규정하고 전쟁을 시작한다. 한편 CIA를 중심으로 빈라덴과 알카에다 주동 세력 들의 색축 제거 작업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911 테러 이후 10 여년 간에 걸친 빈라덴 수색 및 사살 작전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여성 감독인 Kathryn Bigelow이 첩보, 군사 작전을 세밀하고 실감나게 그려 호평을 받았다. 영화의 주인공인 CIA 여성 요원 Maya는 끈질긴 집념으로 빈라덴을 추적한다. 그 와중에 동료들도 잃고, Maya 자신도 몇 번 죽을 뻔 위기를 모면한다.

끈질긴 추적 끝에 빈라덴이 아프카니스탄 인근 파키스탄의 소도시에 잠적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만 그를 제거할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CIA 국장은 대통령과 최종 면담 전에 혼자 점심 식사 중인 Maya를 불쑥 찾아온다.

 

C.I.A. Director: May I join you?

C.I.A. Director: How is the food down here anyway?

Maya: Uh, it's okay.

C.I.A. Director: How long have you worked for the CIA?

Maya: Twelve years. I was recruited out of high school.

C.I.A. Director: Do you know why we did that?

Maya: I don't think I can answer that question, sir. I don't think I'm... allowed to... answer.

C.I.A. Director: Alright. What else have you done for us? Besides Bin Laden?

Maya: Nothing. I've done nothing else.

C.I.A. Director: Well, you certainly have a flair for it.

 

CIA 국장: 앉아도 될까?

CIA 국장: 여기 식당 밥이 먹을만 한가?

Maya: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CIA 국장: CIA에서 근무한지가 얼마나 됐나?

Maya: 12년 됐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스카웃되었습니다.

CIA 국장: 우리가 왜 그렇게 하는지 아나?

Maya: 그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CIA 국장: 빈 라덴 말고 다른 일은 무엇을 했나?

Maya: 없습니다. 다른 일은 한 일이 없습니다.

CIA 국장: 한가지 일을 맡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재주가 확실히 있군.

 

결국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빈라덴 사살 작전 (작전명: Operation Neptune Spear)을 승인한다. 빈라덴과 그의 조직원들을 추적하면서 CIA는 정보를 얻기 위해 생포된 조직원들에 대한 고문도 서슴치 않았다. 인권을 우선시 한다는 미국의 자존심과 강대국의 체통도 잠시 버리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들이 경멸했던 적들과 같은 방법과 태도를 택한 것이다.

 

고문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를 너무나 잘 아는 CIA요원은 고문을 버티고 있던 알카에다 요원에게 말한다.

 

Dan: It's cool, that you're strong and I respect it, I do. But in the end, everybody breaks, bro. It's biology.

댄: 참 대단해. 강하고. 존경스러울 지경이야. 정말로. 하지만 막판에 가면 다 무너지게 되어있어. 사람 몸의 한계야.

 

한국인 독립투사들을 고문했던 일본인들, 물고문 끝에 민주 운동을 했던 대학생을 죽게했던 고문 경찰들. 그들도 이런 고통을 견딜 수 있을까?

 

결국 미국은 빈라덴을 처단한다. 미국인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이게 테러의 끝일까?

 

2001년 10월에 시작되어 100조 이상의 돈을 퍼부은 아프카니스탄 전쟁은 이 글을 쓰고 있는 2021년 8월 현재 미국의 철수와 탈레반 (또 다른 이슬람 원리주의자 무장 테러 세력)에게 아프카니스탄을 넘겨주는 일로 끝나는 듯이 보인다. 1989년에 소련이 아프카니스탄에서 철수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은 무엇을 배웠던 것일까? 자신들은 소련과 다르다고 확신했던 것일까? 역사는 냉혹하다.

 

 

영화 Zero Dark Thirty 공식 예고편

 

60 Minutes Presents: Killing bin La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