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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in Movies

[영화 명대사] 82. 그린북 (Green Book, 2018)_겉만 보고 속을 판단하는 어리석음

 

그린북 (Green Book, 2018)

 

감독: 피터 파렐리 (Peter Farrelly)

각본: 피터 파렐리 (Peter Farrelly)

출연: 비고 모텐슨 (Viggo Mortensen) 마허샬러 알리 (Mahershala Ali)


2019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최우수 영화상, 남우 조연 배우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관광이 아닌 거주 목적으로 미국에 가서 조금이라도 살아 본 사람들이라면 미국 사회 바닥을 무겁게 흐르는 이해 안 되는 현상을 만나게 된다. 총기 사용과 인종 차별이다. 사실 두 문제가 서로 연관이 있다. 미국은 19세기 후 반에 5년간 (1861-1865) 흑인 노예 해방으로 나라가 갈라져 전쟁을 치렀다. 당시 미국 전체 인구인 3,000만 명 중 6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남쪽과 북쪽에 있는 주가 갈라져서 싸웠기 때문에 남북 전쟁이라고도 하지만 정식 명칭은 The Civil War (미국 내전).

 

1950년대 한국 전쟁도 같은 형제간의 비극적인 전쟁이지만 미국의 내전도 같은 나라의 각기 다른 주가 서로 비극적인 분쟁을 치렀다. 전쟁의 이유는 정치, 경제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분쟁을 촉발시킨 근본적인 이유는 흑인 노예 문제다. 미국인의 총기소지는 각자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총기를 소지할 수 있다는 오래된 미국 헌법 개정안 2(1791)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19세기의 내전과 그에 따른 흑인 노예 해방에 대한 백인들의 불안감 또한 늘어나는 총기 소지와 사용에 영향을 주었다.

 

1863년 링컨 대통령은 흑인 노예 해방을 선언했고 1868, 1870년의 제1415차 헌법 개정을 통해 피부색에 기인한 법적 차별과 투표권 차별을 철폐했다. 1964년 존슨 대통령은 인종 등의 어떠한 차별도 금지하는 인권법안 (Civil Right Acts)을 발효했다이런 정치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흑인에 대한 차별은 아직도 존재한다. 물론 노골적으로 대놓고 차별하지는 않지만, 정치 경제 문화 여러 측면에서 흑인의 위치는 백인 아래에 있다.

 

이 영화의 시대 배경인 1962년도에는 이런 차별이 광범위하게 사회 여러 분야에 존재하고 있었다. 비폭력 인종 차별 운동을 전개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역사적 워싱턴 연설 ‘I have a dream. (나는 꿈이 있습니다)‘ 1963828일 이었으며 1964년 존슨 대통령의 인권법안도 이 운동에 영향을 받았다.

 

넓은 농장에서 목화 농사 등 노동 집약적인 산업을 개발했던 남부 주들은 노동력으로 흑인 노예를 이용했다. 전쟁에 져서 노예제도는 공식적으로 철폐되었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은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남부의 대표적인 대학교인 University Alabama (앨라배마 대학교, 개교 1831)에 흑인 학생이 첫 번째로 입학한 해가 1963년이었다.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천재 흑인 피아니스트 Don Shirley (Mahershala Ali)1962년 미국 남부 순회 피아노 공연을 계획하고 이탈리아 이민자 아들인 토니 립 (Tony Lip, 비고 몬텐슨 Viggo Mortensen)을 운전기사 겸 경호원으로 고용한다. 토니 립은 본명이 토니 발레롱가 (Tony Vallelonga) 이지만 말이 너무 많아 Lip (입술)이라는 별명이 진짜 이름처럼 불리고 본인도 이 별명을 좋아한다. 셜리는 박사학위를 여러 개 취득한 엘리트 천재 피아니스트이고 토니는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말 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가는 사람이다. 교양이나 학식 면에서는 두 사람은 서로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1962년도에 남부에서는 셜리는 식사도 백인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처지다. 이 당시 남부를 여행하는 흑인을 위한 숙소 안내서가 이 영화의 제목인 Green Book이다.

 

Dolores: (reading) The Negro Motorist Green Book?
Lip: Lists all the places coloreds can stay down south. Like if you’re traveling while black.
Dolores: Traveling while black?
Lip: Yeah. Like if you’re black but you gotta travel for some reason.
Dolores: They got a special book for that?
Lip : I guess.

도로리스 (토니립 아내): 흑인 여행자용 그린 북?
토니립: 남부에서 유색 인종들이 머물 수 있는 장소 모음집이지. 그러니까 흑인이지만 어쩔 수 없이 여행할 때 말이지.
도로리스: 흑인이지만 어쩔 수 없이?
토니립: 흑인 이지만 정말 어쩔 수 없이 여행해야 할 일이 있을 수 있잖아.
도로리스: 그런 경우를 위해서 안내서까지 있다고?
토니립: 글쎄 말이야.

 

사람들은 피부 색깔로 우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고 그렇게 믿고 행동한다. 그러나 세상은 사람들이 임의로 나눈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 피부색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또 힘든 일을 극복하려고 애쓴다. 사람들의 생사화복에 피부색은 큰 힘을 쓰지 못한다. 그냥 겉모양만 다를 뿐이고, 현재 상태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겪은 일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토니 립과 셜리 박사는 논쟁을 벌이다가 자신들의 약점을 다 드러낸다.

 

Lip: Bullshit! I know exactly who I am. I’m the guy who’s lived on the same block in the same Bronx my entire life, with my mother and father and my brother, and now my wife and kids. That’s it--that’s who I am. I’m the asshole who’s gotta hustle every goddamn day to put food on my table. You? Mr. Big Shot? You travel around the world and live on top of a castle and do concerts for rich people! I live on the streets, you sit on a throne—so yeah, my world is way more blacker than yours!

토니립: 웃기는 소리 하지 말아요.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요. 똑같은 브롱스, 같은 거리에 평생 살았어요.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과 함께요. 이제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살지요. 이게 나라고요. 하루하루 정말 별 험한 짓을 다 해가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있지요. 당신은? 대단한 인물이죠. 세계를 돌아다니며 성 같은 건물 제일 위층에 살고 (셜리 박사는 카네기홀 제일 위층에 거주한다) 부자들을 위해 연주하잖아요. 나는 거지처럼 살지만, 당신은 왕처럼 살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사는 세상은 당신 사는 세상 보다 훨씬 더 흑인들이 사는 세상에 가깝다고요.

 

Dr. Shirley: Yes, I live in a castle! Alone. And rich white folks let me play piano for them, because it makes them feel cultured. But when I walk off that stage I go right back to being another nigger to them—because that is their true culture. And I suffer that slight alone, because I’m not accepted by my own people, because I’m not like them either! So if I’m not black enough, and I’m not white enough, what am I?

셜리 박사: 맞아요. 나는 성 같은 저택에 혼자 살고 있지요. 그리고 부자 양반들은 내게 피아노를 연주하게 하면서 교양있는 척하지요. 하지만 무대를 내려오면 나는 그 사람들에게 또 다른 검둥이로 돌아오는 거예요. 백인들의 문화에서는 그게 당연한 일이니까요. 그리고 나는 외톨이에요. 같은 흑인들은 내가 그들과 달라서 나를 같은 부류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나는 흑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니고, 도대체 무엇이죠?

 

그래도 셜리 박사는 폭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마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시간은 걸렸지만 비폭력 시위로 흑인들의 인권을 회복한 것처럼.

 

Dr. Shirley: You don’t win with violence, Tony, you win when you maintain your dignity.

셜리 박사: 폭력으로 승리할 수는 없어요, 토니. 정의롭지만 꿋꿋하게 대처해야 이길 수 있어요.

 

두 사람은 함께 여행하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며 서로 간의 문화적 인종적 차이도 넘어서며 깊은 우정을 쌓아간다. 실제로 두 사람은 평생 친구로 지내며 함께 연주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두 사람은 2013년도에 몇 달 차이로 세상을 떠난다. 피부색이 다른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하겠지만, 사람의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는 이런 힘든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잘 만든 영화다. 많은 사람이 보기를 적극적으로 권한다.

 

Dr. Shirley helps with diction

 

 

a letter to Tony’s wife

 

 

Dignity Always Prevai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