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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in Movies

[영화 명대사] 65. 12명의 성난 사람들 (12 Angry Men, 1957)_사람을 살리는 재판

 

12 Angry Men (1957)

 

감독: 시드니 루멧 (Sidney Lumet)

각본: 레저널드 로즈 (Reginald Rose)

출연: 헨리 폰다 (Henry Fonda) 리 제이 콥 (Lee J. Cobb) 마틴 발삼 (Martin Balsam)


지금까지 제작된 법정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영화 중 한 편이며 미국 영화 연구소 (American Film Institute) 선정 100대 영화에도 수록되어 있다. 영화 배경이 회의장 한 곳에서 12명 배심원들의 열띤 토론이 전부인 영화이지만 96분의 상영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논리적이고 때로는 격정적인 토론과 대화만으로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는 드물다.

 

자기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푸에르토리코 (Puerto Rico) 출신 소년이 재판을 받는다. 제출된 증거와 증언이 워낙 확고해 소년의 유죄는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소년은 가난한 우범 지역 출신에 어릴 적부터 소년원을 들락 거렸고, 아버지와 사이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빠른 시간 안에 유죄가 결정될 것으로 보였다.

 

미국은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 (jury) 들이 유 무죄를 결정하는 배심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죄가 결정되면 형량은 판사가 내린다. 배심원들은 일반 시민 중에서 임의로 선정된다. 두 진영 (피고인과 기소인)의 논의를 거쳐 12명 배심원과 예비 후보를 결정한다.

 

배심원들은 자신들이 참여하는 재판 (형사, 민사) 내용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이 제도를 계속 고수하는 이유는 무죄추정 원칙 (presumption of innocence) 내에서 기소인과 피고인이 기소된 사람의 유무죄를 증명할 책임이 있고, 재판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증거와 논리로 설득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재판이 공정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유 무죄 여부는 12명의 배심원 전원 찬성으로 결정한다. 한 명이라도 반대가 있어서는 안 된다. 끝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배심원 불일치 (hung jury)가 되고 다시 배심원을 선정하여 재판을 진행한다.

 

1994년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전직 유명 프로 미식축구 선수 오 제이 심슨 (O. J. Simpson) 재판을 통해 전 세계 사람은 배심원 제도의 실상을 잘 알게 되었다오 제이 심슨 사건에서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확신한 검사 측이 유죄를 확신하고 몰아붙였지만 오 제이 심슨이 고용한 변호인들인 이 증거들의 신뢰성을 하나씩 깨트려 배심원은 오 제이 심슨의 무죄를 선고했다. 그 후 민사 재판에서는 오 제이 심슨의 유죄가 인정되었지만 일사부재리 (double jeopardy)의 원칙에 따라 형사적인 책임은 면제되었다.

 

영화에서 배심원들은 서로 이름도 모른 채 번호로만 통한다. 12명의 배심원 중 11명은 유죄를 확신하고 그중 한 명 배심원 8(헨리 폰다) 만이 이 사건에 대한 합리적 의심 (reasonable doubt)를 가지고 이 소년의 출신과 배경 등에 대한 편견에 가득 차 유죄를 확신하는 다른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한다그러나 소년의 출신 등의 성장 배경과 그간 소년이 저지른 작은 사건 등을 이유로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사람도 있다.

Juror #10: Six to six... I'm telling you, some of you people in here must be out of your minds. A kid like that...
Juror #9: I don't think the kind of boy he is has anything to do with it. The facts are supposed to determine the case.
Juror #10: Don't give me that. I'm sick and tired of facts! You can twist 'em anyway you like, you know what I mean?
Juror #9: That's exactly the point this gentleman has been making.
[indicates Juror #8]

10번 배심원: 6대 6이라...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 있네요. 이런 애는 말이죠...
9번 배심원: 피고가 어떤 아이인지는 우리 결정과 상관이 없어요. 사실만 가지고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지요.
10번 배심원: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사실을 가지고 따지는 일 이제 지긋지긋하오. 사실이야 얼마든지 비틀고 왜곡할 수 있는 것 아니요?
9번 배심원: 바로 그 점을 이 양반이 계속 말하지 않았나요?
[8번 배심원을 가리키며]

 

8번 배심원은 계속 설득해 12명 중 9명에게서 소년이 유죄라고 결정하기에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확신을 이끌어 낸다.

Juror #8: It's always difficult to keep personal prejudice out of a thing like this. And wherever you run into it, prejudice always obscures the truth. I don't really know what the truth is. I don't suppose anybody will ever really know. Nine of us now seem to feel that the defendant is innocent, but we're just gambling on probabilities - we may be wrong. We may be trying to let a guilty man go free, I don't know. Nobody really can. But we have a reasonable doubt, and that's something that's very valuable in our system. No jury can declare a man guilty unless it's sure.

8번 배심원: 이런 사건에 개인적인 감정이 전혀 개입되지 않게 하는 일은 항상 어렵지요. 어느 곳에서나 편견 때문에 진실이 흐려지게 돼요. 진실이 뭔 지 나도 모릅니다. 누구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제 우리 중에 아홉은 피고가 무죄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확률 싸움을 벌이고 있어요. 우리가 틀릴 수도 있지요. 죄 있는 사람을 석방할 수도 있습니다. 잘 모르겠어 요. 누구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있고, 우리 사법 체계에서 정말 중요한 점이지요. 누구도 확신이 없는 한 어떤 사람을 죄인이라고 선언할 수는 없지요.

 

토론은 계속된다. 가장 중요한 증인으로 나왔던 이웃 여성의 시력에 대한 논쟁이 전개된다.

Juror #8: I only know the woman's eyesight is in question now!
Juror #11: She had to be able to identify a person sixty feet away, at night, without glasses.
Juror #2: You can't send someone off to die on evidence like that!
Juror #3: Oh, don't give me that.
Juror #8: Don't you think the woman *might* have made a mistake?
Juror #3: [stubbornly] No!
Juror #8: It's not *possible?*
Juror #3: No, it's not possible!
Juror #8: [gets up and speaks to Juror #12] Is it possible?
Juror #12: [nods] Not guilty.
Juror #8: [goes to #10] You think he's guilty?
[#10 shakes his head "no"]
Juror #3: *I* think he's guilty!
Juror #8: [ignores #3; goes to #4] How about you?
Juror #4: [looks at #8, pauses, then shakes head] No... I'm convinced. Not guilty.
Juror #3: [shocked, having just lost all support] What's the matter with ya?
Juror #4: I have a reasonable doubt now.
Juror #9: Eleven to one!

배심원 8번: 그 여성의 시력이 문제라는 점은 알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배심원 11번: 60피트 (18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는 사람을 밤중에 안경도 착용하지 않고 알아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배심원 2번: 이런 정도의 증거를 가지고 사람을 사형장에 보내서는 안 됩니다.
배심원 3번: 세상에.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배심원 8번: 그 여자가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배심원 3번: [고집스럽게] 아니요!
배심원 8번: 가능성은 있지 않나요?
배심원 3번: 가능성 없소.
배심원 8번: [일어나서 배심원 12번에게 말한다] 가능성이 있나요?
배심원 12번 [고개를 끄덕이며] 무죄요.
배심원 8번: [10번 에게] 유죄라고 생각하나요?
[10번은 아니라고 고개를 흔든다]
배심원 3번: 유죄라고 생각하오.
배심원 8번: [3번을 무시하고 4번에게 향한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심원 4번: [8번을 바라보고, 잠시 생각에 잠긴 후에 고개를 흔든다] 아니요. 이제 확신이 드네요. 무죄요.
배심원 3번: [자신의 생각과 동조하는 사람들을 잃고 나서 충격에 빠진다] 도대체 뭐가 문제요?
배심원 4번: 이제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했소.
배심원 9번: 11대 1이네!

 

한 사람 남은 배심원 3번도 설득할 수 있을까? 오래전에 제작된 영화지만 빛나는 연기와 탄탄한 연출이 심각한 주제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멋진 법정 영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화처럼 죄 없는 한 사람을 끝까지 구해낼 수 있는 '공정한' 정의를 정착하기 위한 사법부의 각성과 노력을 기대한다. 마태복음의 다음 구절이 생각난다.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만일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길을 잃었으면 그 아흔아홉 마리를 산에 두고 가서 길 잃은 양을 찾지 않겠느냐?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만일 찾으면 길을 잃지 아니한 아흔아홉 마리보다 이것을 더 기뻐하리라. 이와 같이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라도 잃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니라. (마태복음 18장 12-14)

"What do you think? If any man has a hundred sheep, and one of them has gone astray, does he not leave the ninety-nine on the mountains and go and search for the one that is straying? If it turns out that he finds it, truly I say to you, he rejoices over it more than over the ninety-nine which have not gone astray. "So it is not the will of your Father who is in heaven that one of these little ones perish. (Matthew 18:12-14)

 

Kids these days.

 

 

Who changed their vote?

 

Nose ma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