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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in Movies

[영화 명대사] 67. 브로드캐스트 뉴스 (Broadcast News, 1987)_진짜 같은 가짜 뉴스, 가짜 같은 진짜 뉴스

 

감독: 제임스 브룩스 (James L. Brooks)

각본: 제임스 브룩스 (James L. Brooks)

출연: 윌리엄 허트 (William Hurt), 앨버트 브룩스 (Albert Brooks), 홀리 헌터 (Holly Hunter)


1988년도 오스카상 8개 부문에 지명되었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영화 비평가들과 영화 팬들에게 호평을 받았다제임스 브룩스 감독은 극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했으며 직접 감독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지만, <애정의 조건 (terms of endearment, 1983)>으로 오스카 감독상을 받았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As good as it gets, 1997)> 등의 작품도 만들었다.

 

1980년대는 유명 앵커가 미국 3대 텔레비전 방송국의 뉴스 프로그램의 간판 역할을 하면서 시청률을 좌우하던 시대였다. 대표적인 앵커는 댄 래더 (Dan Rather, CBS, 1981-2005), 피터 재닝스 (Peter Jennings, ABC, 1985-2005) 톰 브로커 (Tom Brokaw, NBC, 1982-2004) 등이다.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가 거의 유일한 정보의 원천이었던 시절 대표 앵커들은 정치인들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유명 배우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렸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전도 양양한 젊은이들은 방송국이나 언론계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브로드캐스트 뉴스는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제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Tweeter, Instagram, facebook, Youtube)등의 social media (한국에서 SNS, Social Network Service라고 쓰고 있으나 영미 원어민들은 Social Media를 맞는 표현으로 생각한다)의 정보 전달력과 영향력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언론의 힘과 영향력은 점점 약해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전통 언론 (TV, 신문 등)을 신뢰하고 정보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역할과 기능은 점점 약화되어 가고 있으며 미래에는 어떤 미디어가 여론을 만들고 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이 영화는 세 명의 젊은 언론인 (제인 크레이그 Jane Craig, 애론 알트먼 Aaron Altman , 톰 그루닉 Tom Grunnick)의 대형 방송사의 보도국에서의 활약을 그리면서 과연 방송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제인과 애론은 어릴 적부터 영재로 인정받으며 자랐고 일류 대학 교육을 받았다. 두 사람은 시청자들에게 진실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무엇이 맞는 일이고 진실인지는 사실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두 사람은 갈등과 오해를 겪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도 이를 정당화하는 월스트리트 펀드 거래의 실상을 파헤친 영화 <마진콜 (Margin Call)>에서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Sometimes in an acute situation such as this, often, what is right can take on multiple interpretations.”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 되면 무엇이 맞는 일이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한 법이거든.”

 

반면 톰은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했으며 책도 많이 읽지 않았으며 글을 잘 쓰지도 못하지만 말재주가 뛰어나고 뛰어난 용모 때문에 한 번 본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호감을 갖게 되는 그런 인물이다. 그러나 톰은 뉴스와 방송을 제작하면서 지켜야 하는 윤리 의식이 희박하다.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고 방송국에 도움이 된다면 사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정작 방송국에서 계속 인정받으면서 성장하는 사람은 톰이다.

 

제인과 톰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Jane Craig: So, you're not well educated, you have almost no experience... and you can't write.
Tom Grunick: Yeah, and I'm... and I'm making a fortune.

제인: 그러니까 당신은 교육을 제대로 받은 것도 아니고 경험도 거의 없고, 글도 잘 쓰지 못하네요.
톰: 맞아요. 그런데도 돈은 엄청 벌고 있어요.

 

제인은 톰의 이런 솔직함과 그의 남성적인 매력에 빠져 톰이 임시 앵커 역할을 할 때 해야 할 말을 실시간으로 다 알려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 톰은 점점 더 큰 인기를 얻고 방송국 간판으로 성장한다.  

 

애론은 제인에게 경고한다.

Aaron Altman: I know you care about him. I've never seen you like this about anyone, so please don't get me wrong when I tell you that Tom, while being a very nice guy, is the Devil.
Jane Craig: This isn't friendship. You're crazy, you know that?
Aaron Altman: What do you think the Devil is going to look like if he's around?
Jane Craig: God!
Aaron Altman: Come on! Nobody is going to be taken in by a guy with a long, red, pointy tail!
Jane Craig: You're seriously...
Aaron Altman: He will be attractive! He'll be nice and helpful. He'll get a job where he influences a great God-fearing nation. He'll never do an evil thing! He'll never deliberately hurt a living thing... he will just bit by little bit lower our standards where they are important. Just a tiny little bit. Just coax along flash over substance. Just a tiny little bit. And he'll talk about all of us really being salesmen.  

애론: 톰에게 신경 쓰는 일 잘 알아. 다른 누구에게도 이렇게 하는 걸 본 적이 없어.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해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탐은 좋은 사람이지만 악마야.
제인: 이런 게 우정이라고? 너 미쳤지? 그건 알고 있어?
아론: 악마가 우리 주변에 돌아다니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아?
제인: 세상에! 그만해.
아론: 정신 차려! 악마는 누구나 보고 알아차리게 길고 붉은 꽁지머리를 하고 다니지는 않는다고.
제인: 도대체 진짜 왜 이러는 거야?
아론: 매력이 넘칠 거라고! 사람도 좋고 다른 사람도 잘 도와주고. 일자리도 쉽게 잡지. 그러면서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나라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마귀 짓은 안 할 것이라고! 누구에게도 일부로 상처를 주는 일도 없고... 정말로 중요한 곳에서 우리의 기준을 조금씩 낮춰갈 거야. 본질보다는 번지르르한 겉모습에 더 신경 쓰게 할 거야.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우리는 기자가 아니라 세일즈맨이라고 믿게 할 거야.  

 

오래전 영화지만 이 대사에서 요즈음 한국 언론의 실상이 겹쳐 보인다. 일부 방송이나 신문을 보면 언론에 대한 우리의 기준과 수준, 기대를  조금씩 낮추어 가는 시도들이 보인다. 그래서 그들이 얻는 것이 무엇일까? 양심의 가책 없이 자신들에게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세력과 결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톰은 방송국 내에서 승승장구한다. 은퇴하는 간판 앵커 자리까지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간다. 이제는 자신이 뉴스를 보도하는 방법까지 설명한다.

Tom Granick: Just remember that you're not just reading the news, you're narrating it. Everybody has to sell a little. You're selling them this idea of you, trust me I'm, um, credible. So when you feel yourself just reading, stop! Start selling a little.

톰: 뉴스를 그냥 읽으면 안 된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요, 이야기하듯이 해야 해요. 뉴스를 판매하듯이. 당신의 아이디어를 파는 거예요. 믿어줘요. 나는, 음, 믿을 만해요. 뉴스를 그냥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그만하세요! 조금씩 팔기 시작해봐요.

 

언론들이 공정한 보도가 아닌 뉴스를 판다면 세상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이미 우리가 그런 세상 속에서 살고 있지는 않을까? 언론의 책임과 뉴스의 본질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많은 사람이 보았으면 하는 영화다.

 

Say as you are told

 

Struggling on air

 

He is the devil

 

Tears on Cue